배타자 조황글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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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배타자 댓글댓글 0건 조회조회 157회 작성일 25-04-15 00:5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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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작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가방 만들기와 소창으로 수건과 면생리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방을 참 좋아했다. 명품가방이나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 아닌 에코백이 나의 애정가방들이다.
굿즈로 받은 가방도 좋고, 장바구니도 좋아한다. 약간의 집착이랄까? 에코백이 있으면서도 에코백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크고 작은 가방 안에 작은 파우치를 넣고 다니면 마음이 든든해졌다.
내 가방 안에는 이런저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들이 존재하는데 그것들을 담고 다니는 가방이 나는 참 좋았다. 모시는 가방은 불편하기 때문에 나는 편하게 들고 다니는 가방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방을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코바늘 뜨기로 가방을 만들었다. 내가 메고 다니기도 하고 주변에 선물하기도 했다. 얇은 실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서 가방을 만드는 과정은 신기하고 좋았다.
단순 반복되는 코바늘 뜨기를 할 때면 나의 마음속 문제들은 멈췄다. 내 눈은 바늘과 실에 고정되었고 빠르게 완성되어 가는 가방을 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내가 만든 가방을 들고 다니며 뿌듯함을 느꼈고,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 안에 나의 물건들을 채워나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 다른 나의 취미는 소창원단으로 수건과 면생리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겪고 있다. 심할 때는 일 년에 3회 정도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었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할수록 더 악화되었다.
잠도 잘 못 잘 때는 더욱 심해졌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깬 어느 날 밤, 우연히 면 생리대에 대해 보게 되었고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소창원단을 주문했었다. 빳빳하고 약간의 풀 냄새가 나는 소창원단을 받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쁜 색으로 물들어져있지 않지만 고유의 편안한 색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디자이너가 된 것처럼 원단을 잘라 면생리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잘못 만들어서 사용할 때 불편했는데 불편한 점을 수정해 나가면서 나만의 편안한 면생리대가 완성되었다. 처음 만들었던 초기작들은 쓰다가 버렸다. 아깝긴 하지만 불편해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이미 잘라진 원단과 꿰매져 있는 실을 끊어서 다시 만드느니 아예 버리는 게 마음 편하겠다 싶었다.
소창으로 면생리대 만드는 것에 자신감이 붙자 나는 또 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소창원단으로 수건을 만드는 것이다. 가족들이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먼지가 많이 나는 일반수건보다 소창원단으로 만든 수건이 좋다고 해서 또 내 마음대로 수건을 만들어 보았다. 4겹으로 소창원단을 놓고 꿰매면 끝이다. 정련 작업을 하고 빳빳하게 햇빛에 말려 고이 접어두었다. 접은 수건들을 보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전에 심리 치유와 관련된 책들을 보면 해결책이라기보다 도움책으로 공부와 취미생활을 제안하는 글들을 많이 보았다. 그것을 볼 때는 공부와 취미생활, 운동 등이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나? 의구심이 들었었다.
그때의 나는 여유가 없었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고 나의 마음은 온통 나와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확히는 상대의 기분이 풀어지길 기다리는 일들이었다. 어차피 해도 욕, 안 해도 욕을 받는다는 사실을 수많은 경험 끝에 알게 된 이후 나는 허무함에 빠져 있었다.
그 허무함에서 꺼내 준 것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과 영상, 그리고 쓸데없이 좋아하는 일 하기였다. 쓸데없어도 좋다. 미련하게 보여도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 일은 충분히 가치 있다. 당신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일은 무엇인가? 오늘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길 바란다.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지만 결국 그마저도 천국이었다. 소설과는 상관없는 말인데, 왠지 소설 속 거대한 폐허의 도시를 닮아 있는 마음에 바람이 인다.
폴 오스터의 글은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언젠가 뱉었던 듯하다. 그런데 이번 소설을 읽는 동안 그 말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닐까, 몇 번을 망설였다. 책을 읽는 동안 세 개의 계간지에 실린 소설들을 읽었고, 장편 소설 두 권도 폴 오스터의 『폐허의 도시』를 추월했다.
이러다가 못 읽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심한 주말 오후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다른 책은 한 권도 챙기지 않고, 이 책만을 챙겼다. 그렇게라도 몰두해서 얼른 종착지에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단 의미다.
날개의 소개를 읽으니 이런 재미없음을 약간 수긍할 수 있다. 책은 1987년에 나왔고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아직 무르익기 전이라고 치부해둔다.
주인공은 신문사 기자였던 오빠 윌리엄을 찾아 떠났던 도시에서 이곳에 남아있던 자신의 남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여자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지 않은 도시, 그 도시에서 여자는 자신이 떠나온 곳과 공존한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생활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편지에 남기고 있다. 마치 B급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뒷골목처럼 음산한 도시. 정부는 별반 하는 일이 없고,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고, 그렇게 죽은 사람들을 뒤지고 뒤져 자신의 양식을 챙기고, 그렇게 하루하루 견뎌내지만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사람들의 도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에 들어서게 된 안나는 오빠를 찾기는 커녕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의 모든 가치관은 접어두고 그저 묵묵히 삶과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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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지만 결국 그마저도 천국이었다. 소설과는 상관없는 말인데, 왠지 소설 속 거대한 폐허의 도시를 닮아 있는 마음에 바람이 인다.
폴 오스터의 글은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언젠가 뱉었던 듯하다. 그런데 이번 소설을 읽는 동안 그 말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닐까, 몇 번을 망설였다. 책을 읽는 동안 세 개의 계간지에 실린 소설들을 읽었고, 장편 소설 두 권도 폴 오스터의 『폐허의 도시』를 추월했다.
이러다가 못 읽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심한 주말 오후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다른 책은 한 권도 챙기지 않고, 이 책만을 챙겼다. 그렇게라도 몰두해서 얼른 종착지에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단 의미다.
날개의 소개를 읽으니 이런 재미없음을 약간 수긍할 수 있다. 책은 1987년에 나왔고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아직 무르익기 전이라고 치부해둔다.
주인공은 신문사 기자였던 오빠 윌리엄을 찾아 떠났던 도시에서 이곳에 남아있던 자신의 남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여자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지 않은 도시, 그 도시에서 여자는 자신이 떠나온 곳과 공존한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생활들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편지에 남기고 있다. 마치 B급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뒷골목처럼 음산한 도시. 정부는 별반 하는 일이 없고,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고, 그렇게 죽은 사람들을 뒤지고 뒤져 자신의 양식을 챙기고, 그렇게 하루하루 견뎌내지만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사람들의 도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에 들어서게 된 안나는 오빠를 찾기는 커녕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의 모든 가치관은 접어두고 그저 묵묵히 삶과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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